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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영극장을 부탁해 3호] 영화로 관객의 마음이 이어지는 곳, 정동진독립영화제

CAMPAIGN/신영극장을 부탁해!

by 강릉독립예술극장신영 2023. 2. 25.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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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관객의 마음이 이어지는 곳, 정동진독립영화제 💖

 

정동진독립영화제는 1998년 창립된 한국독립영화협회와의 협업으로 시작된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제입니다. 여름철 관광지인 강릉에서 강릉시민과 강릉을 찾은 전국의 관광객들에게 독립영화를 보여주자는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정동진은 드라마 <모래시계>와 함께 해돋이의 명소로, 강릉의 대표 관광지로 주목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정동진에는 담벼락 없이 작고 아담한 정동초등학교가 있었지요. 영화 상영이 가능한 야외 장소를 찾기 위해 온 강릉을 돌아다니던 회원들은 정동초등학교를 만나고서야 영화제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999년 7월 29일에 시작한 첫 번째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말 그대로 핸드메이드 영화제였습니다. 시설과 장비가 마땅치 않은 상태에서 해본 적 없는 일을 직접 해야만 했으니까요. 일단 운동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스크린을 설치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야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땅한 스크린이 없었기에 건축용 비계(일명 아시바)를 쌓고 합판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여 스크린을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볼 수 있는 간이의자를 구해서 놓았고, 비가 오면 어떡하지 걱정하면서 작은 상영장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영화는 35mm, 16mm 필름으로 틀어야 했고, 당시 상영 섹션의 제목은 ‘우수단편영화’ ‘장편예술영화’로 국내에서 만들어진 단편영화와 해외 예술영화도 함께 상영했습니다. 이렇게 발로 뛰어 완성한 첫 번째 영화제에는 2,500여 명의 관객들이 찾았습니다.

첫 번째 영화제 이후 강릉씨네마떼끄 회원들은 몇 년에 걸쳐 지금의 정동진독립영화제를 구성하는 주요한 색깔들을 하나씩 입히기 시작했습니다. 손수 세웠던 합판 스크린은 한국영상자료원의 협업을 통해 에어 스크린으로 바뀌었으며, 영화제의 분위기를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슬로건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가 만들어졌고, 관객들이 한푼 두푼 동전으로 투표하여 선정하는 관객상 “땡그랑 동전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둥글둥글 발랄한 손글씨 로고와 제발 비가 오지 않았으면 하는 염원에서 탄생한 마스코트 “우산살 소녀”, 모기를 쫓기 위한 쑥불도 등장했습니다. 영화제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지는 모든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와 콘셉트들은 놀랍게도 직장에 휴가를 내면서까지 강릉에 새로운 영화 문화를 펼쳐보자고 뜻을 모은 회원 개개인의 헌신과 즐거움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매년 회원들이 조금씩 힘을 보태어 개최하던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규모가 커지고, 강릉씨네마떼끄가 연중으로 운영하는 강릉독립예술극장 신영이 2012년에 개관하면서 본격 사무국 운영 체제로 개최하게 됩니다. 특히 2018년 20회 영화제부터는 좀 더 책임 있는 운영을 위해 집행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 사이 2,500명이 찾던 작은 영화제는 8,000명이 함께 하는 중견 영화제가 되었고, 세월의 흐름에 따라 필름으로 틀던 영화는 디지털 소스로 상영하게 됐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여전히 누군가 처음 독립영화를 만나는 시간이며, 또 누군가에게는 애정하는 독립영화를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공간이고, 전국의 영화인들이 휴가처럼 찾아와 한자리에 모여서 반갑게 인사 나누는 만남의 장입니다.

최근 영상의 모바일 시대를 맞이하고는 정동진독립영화제야말로 시대 주류의 정반대 편에 있는 영화 세계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정동진에 오는 관객들은 1년에 딱 3일, 무엇이든 다 비싼 바캉스 시즌, 접근성도 떨어지고 관람 환경도 쾌적하지 않은 곳에서 구태여 불편하게 영화를 봅니다. 게다가 다양한 부대행사가 열리는 여느 영화제들과 달리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는 영화를 보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많지도 않습니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들이 한여름 뙤약볕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딱딱한 운동장 바닥에 엉덩이를 대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의 영화를 보기 위해 정동초등학교에 모이는 것입니다.

 

편리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에 이 현상은 미스터리한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 본 이유는 이렇습니다. 아마 아주 많은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그것도 사방이 트인 열린 공간에서 영화를 함께 보면 사람들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연결이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같은 돗자리에서 맥주와 안주를 먹으며 영화를 보고 있는 내 친구들 말고도 옆 돗자리, 운동장 반대편 돗자리 사람들의 즐거운 감각까지 전부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기적처럼 상영 직전에 비가 그치고 뜨는 무지개나 영화를 보다 갑자기 나타난 반딧불이와 별똥별, 스크린 뒤로 지나가는 기차의 기적 소리도 분명 영화제의 큰 매력 요소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운동장에서 함께 영화를 볼 때 생기는 왠지 모르게 너그러워지는 마음과 즐거운 기분인 거 같습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누구나 함께 볼 수 있는 새롭고 재미있는 독립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지만, 결국 이를 통해 이룬 것은 영화만이 전해줄 수 있는 우리의 연결됨, 연결되어야만 작동하는 공동의 감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제 규모가 성장하면서 영화제작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금의 사무국 스태프들도 매년 더 나은 영화제, 확장하는 영화제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문득 돌이켜보면 최초에 선배들이 만들었던 영화제를 시대 감각에 맞게 가꾸는 정도의 일을 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무더운 여름밤, 아담한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독립영화들을 상영하고 관객들이 삼삼오오 찾아와 큰 스크린으로 함께 즐기는 것. 그것이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핵심이니까요. 첫해에도 비를 맞으며 영화를 봤던 관객들이 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정동진의 관객들은 비를 맞으면서 늦은 밤까지 영화를 봅니다. 아마 그때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세월이 흘러 그렇게 해야만 가능한 무언가를 전하게 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까지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을 것 같은데,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스물다섯 번째를 맞이하는 올해의 정동진독립영화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강릉씨네마떼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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